“아빠 나는 노린재가 제일 싫어. 이상한 냄새가 나거든”
어제 저녁 아이들과 읽은 <꿀벌 마야의 모험>에서 노린재가 등장했다. 마야는 노린재를 보고 반갑게 인사하지만 노린재는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여러 차례 말을 걸어도 노린재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참다 못한 마야가 가까이 다가가자 노린재는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달아나버렸다.

노린재가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단 <꿀벌 마야의 모험> 속에서는 노린재를 통해 평소 삶을 대하는 태도가 스스로를 외톨이로 만들어 버릴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혹시 나도? 아이에게 상처주는 말 100가지 체크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도 아이들 또는 주변인들에게 노린재처럼 **고약한 태도**라는 냄새를 풍기며 살고 있지는 않을까?’, ‘특히 아이들에게 무심코 하는 말 중에 마음에 상처를 준 적은 없었을까?’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말 실수와 관련해서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에 세이브더칠드런 홈페이지에서 <그리다, 100가지 말 상처>를 발견했다. 부모들이 아이를 온전한 인격체가 아닌 소유물로 착각하고 던지는 말 100가지를 정리한 자료였다.
“어른들 이야기에 끼어들지 마라”, “너 나중에 집에 가서 보자”, “오늘만 특별히 봐주는 거야” 등 대충 훑어보는데 눈에 띄는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100가지 말 상처를 모두 뽑아 내가 했던 말들을 체크해봤더니 17개 정도가 됐다.
놀라운 결과: 아이들이 기억하는 부모의 말 실수
내 기억과 아이들의 기억이 다를 것 같다는 생각에 100가지 말 상처를 출력해서 집에 가져갔다. 저녁을 먹고 아이들에게 이게 무엇인지 설명해주고 엄마, 아빠한테 한 번이라도 들었던 적이 있는 말에 형광펜으로 표시해 달라고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내가 했던 것과 조금은 다를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큰 차이가 있을 줄이야. 아이들은 100가지 말 상처 중에 절반은 들어봤다고 표시했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너무 부끄러웠다. 육아에 있어서 나름 고민도 많이 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등잔 밑이 어두웠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말 상처를 넘어,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 변화의 시작
그동안 아빠, 엄마가 무심코 던진 말들이 너희들한테 상처를 줘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아이들은 특별히 내색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평소처럼 잠자리에서 장난을 치다가 잠들었다.
하지만 난 무거운 마음에 쉽게 잠이 오질 않았다. 여러 생각들로 머리 속에 복잡했다.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하나 씩 고쳐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방에 있는 내 책상 위에 오늘 아이들이 표시한 말 상처를 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