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품 욕심으로 시작한 마라톤 🎁
아내가 스타일런 2025에 참여하게 된 건 온전히 기념품 때문이었다. 패션 브랜드 마뗑킴과 콜라보로 진행했는데, 기념품에 마뗑킴 모자, 티셔츠, 타월까지 준다는 것이었다.
사실 난 그때 마뗑킴을 처음 알게 됐는데,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꽤 유명한 브랜드라고 엄청 인기가 많을 거라 아내는 말했다. 아내의 예상대로 접수는 폭발했고, 운 좋게도 접수에 성공했다.

5km 러닝 연습과 9월에 찾아온 두 번의 독감 😰
10km를 완주하려면 어떻게 연습하면 되는지 아내가 물었다. 10km의 딱 절반인 5km 정도만 주 3회 달리라고 했다. 그리고 대회 한 달이 남았을 때는 7~8km 러닝을 몇 차례 연습하면 완주에는 무리가 없을 거라고 일러줬다.
아내한테 알려준 방법이 특별한 비결은 아니다. 올해 9월 말에 참가한 선사마라톤대회 하프를 내가 그렇게 준비해서 완주를 했기 때문에 아내한테도 추천했을 뿐이다.
아내는 아파트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으로 연습을 했다. 7월과 8월 주말에는 나와 함께 성북천, 정릉천, 북서울꿈의숲에서 달리기도 했다. 그러다 9월 초 문제가 생겼다. 아내가 독감에 걸린 것이다.
운동을 하기 힘들 정도로 몸살이 찾아왔다. 아내는 스타일런 2025 대회가 10월 중순이라 다행이라고 했다. 일주일이면 어지간한 독감도 났기 때문에 연습할 수 있는 날이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내의 말대로 일주일 뒤 독감이 거의 다 나았을 무렵 다시 3~4km 정도로 연습을 시작했다.
그런데 일주일 뒤 운명의 장난처럼 아내가 다시 독감에 걸렸다. 증상은 이전과 같았다. 지난 번에 걸렸던 독감이 말끔히 났지 않은 상태에서 연습을 다시 시작한 게 몸에 부담이 되었던 걸까? 아내는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일주일 정도 다시 연습을 했고, 대회 이틀 전인 10월 17일에 9km 러닝에 성공했다.

아내의 인생 첫 마라톤, 시작! 🏃♂️
10월 19일 새벽 6시 30분, 우리 가족 모두 스타일런 2025를 향해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탔을 때 아내와 같이 마라톤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눈에 여럿 보였다. 대회가 열리는 잠실역에 가까워 질수록 참여자들이 점점 더 많아졌다.
이런 풍경은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 느낄 수 있는 하나의 재미다. ‘아! 저 사람도?’ 하면서 비록 일면식도 없는 남에게 느껴지는 동료애가 있다.

아내의 말대로 마뗑킴이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스타일런 2025 참가자 중에 20~30대로 보이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아니 거의 대부분이 그랬다. 덕분에 마라톤 대회장 열기도 뜨거웠다.
스타일런 2025 주최 측의 인사말과 단체 몸풀기 운동까지 마치고, 아내의 인생 첫 마라톤 대회가 그렇게 시작됐다. “3, 2, 1, 출발!”


아내, 개인 신기록을 달성하다 👏


아내는 10km를 58분 만에 들어왔다. 개인 신기록을 달성했다. 9월에 걸린 두 번의 독감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성과라서 아내한테는 더욱 값지다. 피니쉬 라인을 통과해서 대회장 밖으로 나오는 아내의 표정이 상당히 밝았다. 아내는 드디어 끝나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아내의 도전이 아이들 가슴에 남긴 것들 ☀️
👦(첫째) “아빠, 나도 달리고 싶어.”
🧑(둘째) “아빠, 나도 할 수 있을 거 같아.”
스타일런 2025 에서 아내가 달리기 시작한 순간과 그 이후 두 아들이 나한테 몇 번이나 저 이야기를 했는지 모른다. 마라톤 대회 그 자체가 아이들에게 큰 에너지를 준 것 같다. 이번 대회에 참여자가 약 6천 명이라고 한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달리는 모습을 아이들은 처음 본다. 아이들은 그런 대화장 풍경을 보는 것 만으로도 신선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가장 큰 인상을 심어준 건 지난 3개월 간 엄마의 연습 과정일 것이다. 아이들은 엄마의 마라톤 대회 준비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지켜봤다.
사실 아내는 처음 러닝을 시작했을 때 10분을 달리는 것도 힘들어 했다. 그래서 초반에는 2~3km 정도 빠른 걸음으로 걷기부터 시작했었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됐을 때는 4~5km를 주 4회 이상 달렸다.
가장 큰 고비는 뭐니 뭐니 해도 9월에 걸린 두 번의 독감이다. 아내는 마라톤 대회가 끝나고 나서 두 번째 독감에 걸렸을 때 아픈 것 보다 대회에 못 나갈 거 같은 불안감이 더 컸다고 말했다. 아내가 그런 마음이 들었던 건 그만큼 부지런히 준비를 했었기 때문이다.



‘삼겹살, 비빔면 그리고 맥주(아이들은 콜라)’ 이 보다 더 좋은 보신이 있을까?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아내의 인생 첫 마라톤 대회 완주와 개인 신기록 달성을 자축했다. “엄마, 나도 다음에 꼭 달릴꺼야.”, “엄마 진짜 대단해 보였어!!” 아이들은 아내한테 부러움과 동경심을 함께 느꼈다.
“2026년 봄, 5km 가족 러닝 도전” 아내의 인생 첫 마라톤 대회 완주와 개인 신기록 달성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우리 가족은 그렇게 새로운 공동의 목표 하나를 세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