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아이 둘을 키우면서 정말 많이 하는 말 중 하나는 “싸우지 마” 아닐까요? 저희 애들도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 싸웁니다. 그러다가 다시 또 붙어서 노는 걸 보면 때로는 원래 남자 애들은 이런 건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 둘이 싸우면 꼭 저한테 와서 이르는데 자기는 잘못이 없다고 말하는 겁니다. “아니에요, 제가 안 그랬어요.” 싸우면 혼나는 걸 아니까 거짓말을 하면서 그 상황을 피해가려고 하는 거죠.
이 정도의 거짓말은 작은 장난처럼 넘길 수도 있겠지만, 어떤 일이던 간에 그 시작은 작은 법이죠. 반복되고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눈덩이처럼 커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어제는 최근 아이들과 읽고 있는「피노키오의 모험」과 사자소학의 짧은 구절로 거짓말에 대해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피노키오 이야기에서 배우는 거짓말의 결과
피노키오는 자신이 가진 금화를 뺏기지 않으려고 도둑들로부터 도망칩니다. 하지만 끝내 붙잡혀서 죽을 고비를 맞이하게 되죠. 다행히 요정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나게 됩니다. 요정은 정성껏 피노키오를 살펴주면서 금화가 어디에 있는지 묻지만 피노키오는 없다며 거짓말을 합니다.

그래도 요정은 그런 피노키오에게 친절을 베풀죠. 거기다가 제페토 할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줍니다. 하지만 피노키오는 제페토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에 사기꾼들을 만나고, 그들의 말에 속아 금화를 도둑맞고, 결국 제페토 할아버지도 못 만나게 되죠.
모든 건 피노키오가 한 거짓말 때문입니다. 사실대로 요정에게 금화를 자신이 갖고 있다는 말을 했다면, 금화도 지키고 제때 제페토 할아버지를 만나서 잘 살 수 있었겠죠?
사자소학 “손인리기 종시자해”와 아이들과 대화
✅ “손인리기 종시자해” 필사하기
損人利己 終是自害
(손인리기 종시자해)
“남을 해치고 자기만 이롭게 하면 결국 자신을 해롭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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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사자소학 “손인리기 종시자해”를 필사하면서 아래의 질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 아이들과 나눈 세 가지 질문
1️⃣ 피노키오는 요정에 왜 거짓말을 했을까?
🧑(첫째) :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많이 하다보니까 거짓말하는 게 습관이 됐어요.
👦(둘째) : 혹시 누가 엿듣고 있을까 봐서요.
사실 피노키오는 단숨에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사기꾼들의 말에 속아서 요정에게도 거짓말을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대답이 참 재미있죠?
첫째는 거짓말을 계속 하면 습관이 돼서 자기도 의도치 않게 또 거짓말을 하게 된다는 걸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둘째는 상상력이 재미있습니다. 요정한테 금화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면 누가 그 이야기를 엿듣고 금화를 훔쳐갈 수 있다고 피노키오가 생각했을 거라 하네요.
2️⃣ 거짓말을 하면 안 좋은 점
🧑(첫째) : 혼날까 봐 거짓말을 했는데 마음이 답답해. 그리고 선생님한테 혼날 수도 있고 친구들과 사이가 안 좋아질 수 있어요.
👦(둘째) : 거짓말을 하면 결국 나한테 안 좋은 일이 일어나요.
아이들은 거짓말이 나쁜 건 알지만 혼나는 게 무서워서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들한테 그럴 수 있다고 다독여 주었습니다. 사실 어른도 그럴 때가 있잖아요? 직장에서 상사한테 혼이 날 까봐 아니면 당장 손해를 피하려고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동시에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면 결국 자기가 손해를 본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불편한 순간은 모면했지만 계속 마음이 불편하고, 나중에 거짓말을 한 사실을 들켰을 때 스스로 감당해야 할 일이 더 크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3️⃣ 거짓말이 좋은 점은 없을까?
그렇다면 거짓말이 무조건 나쁜 걸까요? 그렇지 않죠. 아이들은 거짓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조금 더 관점을 넓혀주기 위해서 거짓말의 좋은 점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첫째) : 친구가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게 도와줄 수 있어요. 며칠 전 반에 친구 A 생일이라서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 몇 명을 초대했거든요? 근데 초대 받지 못한 친구 B가 저한테 생일 초대 받았냐고 물어봤어요. 전 초대를 받았지만 친구B가 속상할까 봐, ‘어, 나도 초대 못 받았어.’ 라고 말했어요.
👦(둘째) : 친구를 깜짝 놀래켜 줄 수 있어요. 친구 생일인데 몰래 선물을 준비하는 거예요. 친구가 ‘너 혹시 내 생일 선물 샀니?’라고 물어보면 일부러 ‘아니, 안 샀는데?’ 하고 거짓말을 하는 거죠. 그리고 생일날 짜잔~! 하면서 서프라이즈 선물을 주는 거예요. 그럼 친구도 엄청 기뻐할꺼잖아요.
아이들은 거짓말이 무조건 나쁜 게 아니라는 걸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친구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고, 다른 사람을 더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거짓말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 발견
피노키오의 모험을 읽고 사자소학을 필사하고 아이들과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덕분에, 평소 아이들이 거짓말을 했을 때 제가 어떤 식으로 훈육을 했는지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주로 아이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만 갖고 혼을 낸 것 같았습니다. 거짓말을 한 이유를 묻거나, 거짓말을 하게 되면 무엇이 안 좋은지 등 거짓말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제대로 알려준 적이 없었습니다.
아이들도 당시에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텐데, 무작정 혼내기만 했던 저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저도 ‘거짓말은 무조건 나쁘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마무리: 거짓말에 대한 생각을 나눠 보는 시간
세계명작 피노키오의 모험과 사자소학 ‘손인리기 종시자해’를 통해서 거짓말의 나쁜 점과 좋은 점에 대해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아이들이 경험을 통해서 거짓말을 하면 왜 나쁜지 이미 잘 알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거짓말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안심 시키고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저 또한 거짓말에 대한 그간 갖고 있었던 고정관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평소 아이들의 거짓말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고 계신가요? 아이들은 거짓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저처럼 피노키오의 모험 이야기와 사자소학을 통해서 아이들과 함께 거짓말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