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둘째가 방에서 3×3 큐브(cube)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큐브 매뉴얼 북을 보면서 이리저리 큐브를 돌려가며 맞추는데 잘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한참을 혼자 낑낑대더니 결국 화가 잔뜩 나서 방을 나와버렸습니다. 장난감 갖고 놀다가 마음대로 안 되면 그럴 수 있죠. 그런데 또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중에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우리 아이는 어떻게 극복할까?”

정글북에서 찾은 힌트
이번 주 읽은 정글북은 발루와 바기라가 원숭이들에게 잡혀간 모글리를 구하러 가는 이야기였습니다. 발루와 바기라는 많은 수의 원숭이들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비단뱀 ‘카아’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곰(발루), 흑표범(바기라)가 뱀에게 도와 달라고 하는 상황이 좀 이상하죠? 바기라도 굳이 뱀의 힘을 빌려야 하냐고 말하지만, 발루가 이렇게 말합니다.
각자에겐 자기만의 두려움이 있지. 그놈들 원숭이들 말이야. 그놈들은 비단뱀 카아를 두려워 해. 비단뱀이 원숭이만큼 나무를 잘 타니까, 게다가 밤에는 원숭이 새끼들을 훔쳐 갈 수도 있거든. 아무리 작은 소리라도 카아라는 이름만 들으면 그놈들은 그 사악한 꼬리는 얼어붙는단 말이지. 카아한테 가자.
“정글북 中”

아이들과 나눈 대화: 자립심 키우는 방법
책을 덮은 뒤, 아이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친구에게 도와 달라고 한 적 있어?
발루와 바기라가 비단뱀 ‘카아’를 찾아 간 것처럼 아이들에게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때문에 친구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첫째는 최근에 친구는 아니고, 어린이날에 산 레고가 맞추기 어려워서 동생에게 도와 달라고 해서 같이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둘째는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형과 같이 하고 싶은데 온라인 연결 방법을 몰라서 아빠한테 도와 달라고 해서 해결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일은 어떻게 하면 될까?
다른 사람에게 도움 요청하기, 아빠와 엄마한테 물어보기, 혼자서 조금 더 생각해보기, 인터넷에 검색하기, 책 읽어보기, 유튜브 영상 찾아보기 등 아이들은 다양한 방법을 서로 이야기 했습니다.
아이들이 이야기한 방법 중에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 요청하기’는 조금은 주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알려줬습니다. 요즘 어린 아이를 대상으로 한 사고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평소 알고 지낸 사람이 아니라면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고 알려줬습니다.

두려움도 말할 수 있는 용기
👩 너희들이 평소 두려운 건 뭐야?
원숭이들이 비단뱀 ‘카아’를 두려워 한다는 이야기에 아내가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둘째는 ‘어둠’과 ‘선생님이 없을 때’ 무섭다고 했습니다. 최근에 둘째네 반에서 영화를 보여줬는데 선생님이 잠시 자리를 비웠습니다. 영화가 거의 끝나가는데도 선생님이 오지 않자 아이들이 좀 불안해 했습니다. 둘째는 교실 밖 복도로 나가서 선생님이 오는지 확인도 했다고 했습니다.
친구들과 다 같이 교실에 있는데 뭐가 무서웠냐고 물었더니, 영화가 끝나고 바로 점심 시간인데 선생님이 오지 않으면 계속 굶고 기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결국 본인 배고파서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한 거였습니다.
첫째도 ‘어둠’이 싫은데, ‘엄마하고 아빠가 없는 건’ 더 싫다고 했습니다. 첫째는 엄마, 아빠가 어디 나가면 안 돌아올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런 첫째에게 아내는 다정하게 말했습니다.
“엄마, 아빠에게 가장 소중한 건 너희들이야. 그런 너희들을 두고 절대 떠나지 않아.”
아내와 저도 각자의 두려움에 대해 털어놓았습니다. 아내는 ‘이별’이 무서운데 특히 인천에 계신 엄마와 이별은 상상하기도 싫다고 했습니다. 저는 건강을 잃는 것이 두렵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두려움을 감추지 않고 이야기하는 환경은 아이의 정서적 자립에도 도움이 됩니다.
자립심은 ‘혼자’만이 아닌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용기’
우리는 아이에게 “스스로 해봐”라고 쉽게 말하지만, 진짜 자립심은 혼자 모든 걸 해내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적절하게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지혜도 포함됩니다.
아이들이 정글북에서 ‘발루의 지혜’를 배웠으면 좋겠습니디. 발루는 원숭이들에게 잡혀간 사랑하는 제자 ‘모글리’를 바기라와 둘이서 구출하는 건 어렵다는 사실을 받아드렸습니다. 본인의 부족함을 받아들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합니다.
발루는 문제 해결을 위해 비단뱀 ‘카아’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곰인 자신보다 몸집이 훨씬 작고, 힘도 약한 데다 바닥이나 기어 다니는 뱀이라고 무시했다면 결코 발루는 ‘카아’를 찾아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비록 찾아갔더라고 평소 자신을 무시하는 발루에게 ‘카아’는 도움을 주지 않았겠죠.
이번 주말, 아이들과 함께『정글북』의 <카아의 사냥>을 읽고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요? 이야기 속에서 그리고 대화 속에서 아이들의 자립심을 길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