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는 왜 시립학교에 갔을까? 1880년 이탈리아 학교 교육과 오늘날 학교 교육 비교

이번 주 아이들에게 읽어준「피노키오의 모험」은 피노키오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요정에게 지난 잘못을 용서 받고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던 피노키오. 요정은 피노키오에게 훌륭한 아이가 되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하죠. 그리고 피노키오는 “시립학교”에 가게 됩니다.

하지만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열심히 공부했으면 좋았을 텐데, 피노키오는 또다시 사고를 칩니다. “학교에 가지 말고 상어를 보러 가자”는 친구들의 유혹에 넘어가면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1880년대 이탈리아 시립학교의 현실과 교육 수준

“시립학교”라고 하니까 순간 낯설죠? 우리나라도 초등학교는 법적으로는 ‘초중등교육법’에 의해서 국립, 공립, 사립으로 나뉘지만, 당시 이탈리아의 시립학교는 지금의 체계와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 교육 환경과 수준

19세기 후반 이전까지 이탈리아의 초등 교육 대부분은 시,읍, 면 단위 시립학교가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통일과 함께 ‘카사티 법'(1859) 이후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립학교가 늘어나며 교육 제도가 근대화되었죠.

  • 시립학교는 재정과 교수 수급에서 열악했고, 농촌이나 남부지역일수록 문맹률이 높고 아동의 학교 진학률도 낮았습니다.
  • 공립학교는 의무, 무상교육이 원칙이었고, 일정 자격을 갖춘 선생님, 표준화된 교재와 교육과정을 제공해서 시립학교에 비해 교육 질이 평균적으로 우수했습니다.

※ 카사티 법: 1859년 제정된 교육법으로 초등 및 중등 교육을 의무화 하는 등 이탈리아 교육의 근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함.

19세기 이탈리아 시립학교의 모습

✅ 사회적 배경과 한계

전국적으로 의무교육이 확대되고 있었으나, 지역에 따라 공립학교 대체로 시립학교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았고, 남북간ㆍ도농간 격차가 매우 컸습니다.

  • 도시의 부유한 가정 자녀는 주로 공립이나 국립학교에 진했고,
  • 시립학교는 경제적ㆍ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학생 비중이 높았습니다.

즉, 1880년대 이탈리아 시립학교는 교육 환경, 교사 수준, 예산 면에서 공립학교에 비해 열악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공립학교는 중앙정부의 관리 아래 점점 질 높은 교육 체계를 정착시키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종류 : 국립, 공립, 사립 차이

아이들에게 현재 우리나라 초등학교 제도에 대해 설명해줬습니다. 법적으로 누가 운영하는 지에 따라서 국립학교, 공립학교, 사립학교로 구분된다고 알려줬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너희 학교는 어디에 포함될까?”하고 물었더니, 아이들은 자신 있게 “국립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정답은 “공립”입니다.

이런 차이를 이해하는 것 만으로도 학교 제도와 교육 환경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그 뒤에는 아이들과 집 근처 다른 초등학교들은 어디에 속하는지 맞춰보는 작은 게임도 해봤습니다.


피노키오가 시립학교에 간 이유와 당시 교육 격차

아이들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피노키오가 왜 시립학교에 갔을까?

아이들은 곧바로 “가난했기 때문이에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사실 피노키오와 제페토 할아버지의 생활을 보면 충분히 그럴 만했습니다.

  • 작은 지하방에 살면서, 낡은 가구가 몇 개가 전부인 생활
  • 피노키오가 혼자 남겨졌을 때, 집에 먹을 거 하나 없던 상황
  • 교과서를 사기 위해 겨울 외투마저 팔아야 했던 제페토 할아버지
가난한 생활을 하는 제페토 할아버지와 피노키오

이런 배경을 종합해보면, 피노키오가 재정적으로 열악한 시립학교에 다닐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이해됩니다.

피노키오의 모험을 쓴 카를로 콜로디는 피노키오를 통해서 당시의 열악했던 교육 환경에 대해 알리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부족한 교육 환경 속에서도 배우고 성장하려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내며, 지역과 계층 간의 교육 격차를 줄이고 싶어 했을지도 모릅니다.


고전 독서로 잇는 과거와 현재의 교육

시립학교에 들어간 피노키오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이들과 함께 1880년대 이탈리아의 교육 환경과 오늘날 우리나라 초등학교 제도(국립,공립,사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피노키오의 모험」을 저 혼자 읽었다면 쉽게 지나쳤을 부분인데, 아이들과 함께 읽으니 매번 아이들이 모르는 부분 그리고 궁금해 할 부분을 미리 고민하게 됩니다. 덕분에 저도 많은 공부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하면 아이와의 고전 독서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아이들의 생각을 확장시켜 주는 계기가 됩니다. 이번 주는 교육이라는 주제를 통해 피노키오 시립학교 이야기와 우리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연결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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